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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이야기 6회 <문학과 천재>

펜더머스탱 2014. 12. 15. 23:40





   문학동네 채널1 문학 이야기 6회    

   <문학과 천재>   










신형철

 제가 TV를 잘 챙겨보지를 못하는데 최근에 다시보기를

해서라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딱 하나가 있습니다.

그게 뭐냐면 바로 SBS에서 일요일 5시에 방영하는 <K팝

스타> 시즌3입니다.


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가 저한테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

먼저,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보여주는 그 놀라운 재능들 자

체가 주는 경이로움, 그게 하나고요. 그리고 또 하나는 그

재능들을 읽어내고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해내는 심사

위원들에게서 느끼는 감탄, 이 두 가지입니다.


뛰어난 참가자들은 읽히기를 기다리는 흥미로운 텍스트처

럼 보이고 또 그것에 대해서 그것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들

려주는 심사평들은 마치 예리한 평론을 읽는 것 같은 그런

기분을느끼게 한단 말이죠.


이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면서 저는 천재란 무엇일까, 이런

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보게 되었습니다. 그리고 자연스럽

게 문학에서도 천재라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물음을 저 자

신에게 던져 보았습니다. 먼저 근본적으로 이런 생각을

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

<천재라는 말이 과연 의미가 있는 말일까?>


선천적 재능의 영역과 후천적인 노력의 영역이 있을 겁니

다. 그런데 이 두 영역이 늘 명쾌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죠.


긴 시간을 두고 보면, 재능이 많은 A와 노력을 많이 한 B가

도달한 지점이 같아지거나 언젠가는 B의 노력이 A의 재능

을 추월하는 경우도 많이 있겠죠.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

면, 우리는 재능과 노력을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

생각을 하게 됩니다. 재능의 영역은 얼마 되지 않는다, 결

국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, 이런 결론에 도달하면- 재능에

대한 토론, 천재가 과연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는 불필요

하다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거죠.


게다가 우리는 선천적 재능보다는 후천적 노력을 더 높이

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. 왜냐하면 선천적인 재능이

후천적인 노력보다 더 결정적이라는 생각은 우리 삶의 의

미를 상당 부분 박탈해 버리기 때문이죠. 삶이라는 것이

하나의 과정이고, 그 과정은 결국 노력이니까요. 그래서 노

력으로 안 되는 재능의 영역이 있다는 생각은 재능을 갖고

있는 누군가에게 경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, 노력으로 재

능을 보충하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지도

록 만들기도 합니다. 그러니까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

는 생각 속에는 '우리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'

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겠죠.


그러나 아무리 선천적인 재능보다 후천적인 재능이 중요

하다고는 해도 선천적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

되지 못할 겁니다.


긴 시간을 두고 보면, 재능과 노력은 잘 구분되지 않고 노

력이 재능을 추월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만, 이걸 뒤

집어서 얘기하면 짧은 시간을 두고 보면 재능과 노력은 선

명하게 구분이 되며 재능이 노력을 압도하는 사례가 많다

고 말할 수도 있겠죠.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A의 재

능은 B와 C와 D가 아무리 긴 시간을 두고 노력해도 추월

할 수 없는 종류의 재능이라면 즉, 노력이 물리적으로 도

달할 수 없는 어떤 것에 이 A가 이미 도달해 있다면 우리

는 그런 종류의 재능을 천재라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게

됩니다.


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

천재란 '시간을 무력화하는 재능이다'.